창업자의 이야기
끊임없이 ‘당신은 부족하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비보미는 ‘당신은 그 자체로 온전하다’고 말합니다.
비보미는 창업자의 암 투병에서 시작됐습니다. 아래는 그 2년의 기록이자, 비보미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서른 살의 겨울
결혼을 앞두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서른 살이 막 되던 겨울, 결혼을 앞두고 있던 저는 도저히 배가 아파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대학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으로부터, 지금 당장 입원해 내일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검사 결과는 이미 4년 전부터 자라 온 희귀암이었습니다. 전이가 있었고, 권유받은 것은 암 덩어리뿐 아니라 난소와 자궁, 나팔관, 인접한 대장의 일부, 연결된 림프까지 광범위하게 들어내는 전절제였습니다.
매우 희귀한 암이었기에, 수술을 집도한 대학병원 교수님조차 “해줄 수 있는 말이 많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국립암센터와 여러 대학병원을 다녔지만, 명확한 치료 로드맵도 생활 관리 가이드도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4년 동안 검사를 다 받고도 암인 줄 몰랐고, 그동안 엉뚱한 약만 먹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조금이라도 더 오래, 제대로 살고 싶었으니까요.
“진단을 받아들이되, 그 다음은 스스로 만들어 가기로 했습니다. 치료받는 사람을 넘어, 제 회복을 함께 기록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습니다.”
내가 선택한 방법
블로그에서 표로, 표에서 앱으로
제가 선택한 방법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기록을 통해 나를 관찰하는 것. 그것이 저의 불안을 잠재우고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희망의 초석이었습니다.
처음엔 블로그 앱에 무엇을 먹었는지, 어디를 다녀왔는지, 그날의 기분과 몸 상태를 적었습니다. 그러다 욕심이 생겼습니다. ‘이걸 좀 더 체계적으로 볼 수 없을까?’ 아이패드로 직접 표를 만들어 컨디션·식사·수면·통증을 정리했고, 그것도 불편해지자 결국 직접 아이콘을 만들어 나만의 기록 앱을 썼습니다.
그렇게 2년이 흐르자, 몸이 나빠질 때의 패턴과 좋아질 때의 공통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6가지 지표로
저는 제 몸을 실험했습니다
화학을 전공한 저는, 암 수술 전후의 신체와 정신 반응을 그냥 적기만 한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관찰했습니다. 16가지 지표를 정해 시간대별 강도와 지속 시간, 특징을 측정했고, 식이 반응·면역 신호·소화 상태 같은 피드백으로 생활 습관과 식단을 끊임없이 점검했습니다.
단순한 건강 기록을 넘어, 제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과학적 자기 관찰이었습니다. 이 방법론이 그대로 비보미의 추적·인사이트 기능의 뼈대가 되었습니다.
그 앱, 뭐예요?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받았습니다
이 기록들을 블로그와 SNS에 조금씩 공유하자, 반복해서 받은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거 무슨 앱이에요?” “저도 관리해야 하는데, 어떤 앱 쓰세요?” 특히 갑자기 암이나 만성질환 진단을 받은 분들이 많이 물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쓰던 앱을 그대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질병을 경험한 사람을 위한 도구가 아니었으니까요. 기존 일기앱은 ‘컨디션이 나쁨’이 왜 나쁜지 알려주지 못했고, 기록은 쌓이지만 의미 있는 패턴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결국 부담이 되어 멈추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묻기 시작했습니다. ‘질병을 경험한 사람에게 일기란 무엇이어야 할까?’ 그 질문에서, 일기앱의 모든 기본 구조를 다시 설계했습니다.”
다시 무너진 자리에서
진짜 원인은 식단도 운동도 아니었습니다
초기의 엄격한 관리는 시간이 지나며 느슨해졌고, 식단과 운동, 정신 상태가 차례로 이전 패턴으로 돌아갔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는 저를 과도하게 채찍질했고,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고, 부정적인 사고 패턴이 되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암이 재발했습니다.
“재발을 통해 저는 깨달았습니다. 건강을 지키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는 식단이나 운동이 아니라, 인지적 스트레스와 사고 구조였다는 것을.”
경험자의 자리
환자가 아니라, 경험의 주체로
치료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정작 경험자 자신의 감각과 판단은 자주 뒷전으로 밀립니다. 저 역시 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누구보다 가까이 느끼면서도, 그 경험이 충분히 헤아려지지 못하는 순간을 여러 번 지나왔습니다. 그 경험에서, 자기 몸의 관찰자가 자기 자신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랐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나아가려 하니, 예전의 방식이 더는 맞지 않았습니다. 루틴, 의지, 목표, 건강할 때 통하던 것들이 회복기에는 오히려 저를 채찍질했습니다. 그래서 비보미는 목표와 루틴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빈 공간과 밸런스, 그리고 흐름에 맡기는 태도를 택했습니다.
존재 자체의 가치
당신은 증명하지 않아도 온전합니다
비보미가 단순한 식단·운동 관리 앱이 아니라, 관찰을 통한 내면의 사고 패턴과 인식의 전환을 핵심에 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간의 몸은 건강한 상태에서도 암세포가 생기면 스스로 치유하는 정교한 생화학적 메커니즘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얼마나 경이로운 기능들의 집합인지를 보여 줍니다.
그래서 비보미는 건강 지표를 추적하는 도구가 아니라, 무엇을 증명하지 않아도, 쓸모를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당신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온전하다고, 조용히 곁에서 비추는 회복 플랫폼입니다.
“사람의 가치는 외부의 성취나 증명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완전합니다.”
흐름과 여백
빈 공간은 결핍이 아니라, 선물이 들어오는 통로입니다
애쓸수록 안 되는 영역이 있고, 별다른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잘 풀리는 영역이 있습니다. 잘 풀리는 영역의 공통점은 과도한 집착이나 통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를 움켜쥐려는 대신 과정을 ‘잘 받는 태도’가, 더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신경과학적으로도 진정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교감신경이 한껏 곤두선 몰입이 아니라, 부교감신경이 이완된 여유에서 옵니다. 샤워 중, 가벼운 달리기 후, 잠들기 직전처럼요.
회복도 다르지 않습니다. 상처는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연고를 덧발라야만 낫는 것이 아닙니다. 베인 그 순간, 몸은 이미 회복을 시작합니다, 혈관이 수축해 피를 멈추고(지혈), 면역세포가 상처를 정리하고(염증), 새 조직이 차오르고(증식), 다시 단단해지는(재형성) 네 단계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진행됩니다. 회복은 끊임없이 통제해야 비로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이미 몸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 힘입니다.
비보미가 통제가 아니라 관찰을 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몸을, 그리고 마음을 닦달해 억지로 끌어올리는 대신, 이미 흐르고 있는 회복을 신뢰하며, 그 흐름을 곁에서 함께 지켜보는 것. 그것이 비보미가 회복을 돕는 방식입니다.
“빈 공간은 결핍이나 실패가 아닙니다. 예상치 못한 인사이트와 선물이 들어올 수 있는, 통로입니다.”
시스템 밖의 사람들
환자가 아니라, 경험자
비보미는 검사 결과는 정상이지만 몸은 여전히 불편한, 그 공백에 있는 사람들을 위합니다. 치료가 끝났다고 삶과 회복의 과제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암, 자가면역질환, 호르몬 질환, 원인 모를 만성 증상까지, 병원 밖에서의 삶을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검사 결과는 ‘정상’인데 몸은 여전히 불편한, 그 간극에 놓인 사람이 많습니다. 기능성 증상이나 치료 후 잔여 증상처럼, 임상 수치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지요. 이때 도움이 되는 건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수면·스트레스·자율신경·생활 리듬처럼 일상의 여러 요인을 함께 들여다보는 일이었습니다. 비보미는 진단을 대신하지 않되, 검사와 검사 사이에 놓인 그 일상을 함께 관찰합니다.
“암 환자가 아니라, 암을 경험한 사람들.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지식을 경험과 엮어 다시 자기 역사를 쓰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이 앱을 설계하며 던진 질문
25살의 나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인사이트 기능을 설계할 때, 저는 가장 개인적인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만약 25살의 저와 이 앱을 통해서만 대화할 수 있다면, 무슨 메시지를 보내야 할까. 어떻게 하면 목숨을 위협하는 3기 희귀암까지 오지 않을 수 있었을까.
두 번째 질문은 이거였습니다. 엄마도 쓸 수 있을까? 화내지 않고, 답답해하지 않고, 그냥 앱만 깔아 드리면 나머지는 혼자서 충분히 쓰실 수 있을까. 누구나 부담 없이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거기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내내 떠나지 않던 한 가지. 저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암 수술을 받았던, 논문 속의 그 인도·중국 친구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살아 있을까. 전 세계의 경험을 잇고 싶다는 마음이, 그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왜 하필 일기앱인가
사람들이 끝까지 버리지 않는 것
개발자가 처음 만드는 앱이 뭔지 아세요? 투두앱, 메모앱, 그리고 일기앱입니다. 너무 흔하죠. 이미 너무 많이 만들어졌고, 너무 많은 사람이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하필 그 일기앱이어야 했습니다.
이사를 갈 때 우리는 짐을 정리합니다. 버릴 것을 버리고 새 물건이 들어올 자리를 만듭니다. 그렇게 낡은 것을 다 버리면서도, 사람들이 절대 버리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일기장, 필름 사진, 누군가에게 받은 편지.
“사람은 자기 맥락을 기록한 것을, 끝까지 소중히 여기고 버리지 않습니다.”
GPT가 주지 못한 답
내가 찾던 건, 유명인의 사례가 아니었다
암을 진단받고, 다시 재발했을 때 저는 GPT에게 물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상황인데 잘 극복한 사람이 있나요?” 돌아온 건 기사에 실린 유명인의 암 사례뿐이었습니다. 제가 필요했던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암, 비슷한 경험을 지나온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 그 사람들이 지금도 실존하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비보미를 만들었습니다. 흩어져 사라지던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을, 동의를 거쳐 누군가에게 길이 되는 지식으로 잇는 일. 비슷한 길을 먼저 지나온 사람의 회복 여정을 전자책으로 읽고, 내 과거 기록에서 ‘그때도 지나왔다’는 증거를 다시 만나는 일. 기록이 쌓일수록, 비보미 AI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경험적 지식을 전하는 쪽으로 자라갑니다.
조금 느리게, 그러나 오래
기능은 베낄 수 있어도, 철학은 베낄 수 없습니다
가장 흔한 일기앱으로 가장 다른 문제를 풀고 싶었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비보미에 쌓인 진짜 하루들은 전자책이 되어, 같은 길을 걷는 다음 사람에게 전해집니다. 암묵지를 형식지로, 한 사람의 경험을 모두의 지도로.
더 정교한 지식과 더 완벽한 서비스는 많아졌는데, 왜 마음의 병은 더 만연해졌을까요. 모두가 기술과 속도를 말할 때, 비보미는 경험과 철학과 진심을 가지고 조금 느리게 가고 싶습니다.
“AI 시대의 생존 전략은 더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당신다워지는 것’입니다. 기능은 베낄 수 있어도, 창작자의 집요한 철학은 베낄 수 없습니다.”
제가 더듬으며 지나온 그 시간을, 같은 길을 지나는 누군가는 조금 덜 외롭게 지나가기를. 그 마음으로 비보미를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