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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미가 하지 않는 것

2026-06-226 min read

좋은 도구는 거절로 정의된다

새 기능을 더하는 일은 쉽다. 사실 더 중요한 건 무엇을 끝내 넣지 않을지 정하는 쪽이다. 기능 목록이 길어질수록 제품이 좋아 보이지만, 그 길어진 목록 안에는 대개 "사용자를 위한 것"으로 포장된, 실은 우리에게 유리한 장치들이 섞여 들어간다. 더 오래 머물게 하고, 더 자주 열게 하고, 떠나기 어렵게 만드는 것들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보미를 무엇을 하느냐로만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 좋은 도구는 더 많은 기능이 아니라 분명한 거절로 정의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래는 우리가 하지 않기로 한 것들이고, 이 목록이 비보미가 어떤 앱인지를 기능 소개보다 더 정확하게 말해준다.

'건강점수 100점'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기록을 몇 주, 몇 달 이어가다 보면 수치가 좋아지는 구간이 온다. 잠이 길어지고, 무거운 날이 줄고, 같은 일에 덜 흔들린다. 여기서 앱이 "당신은 이제 회복됐습니다"라고 말해주면 기분은 좋다. 명확한 결승선이 생기니까.

하지만 우리는 그 선을 긋지 않는다. 사람의 상태는 한 번 좋아졌다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음 주에 다시 흔들리기도 하고, 좋아진 줄 알았던 게 그저 바쁜 일이 끝난 효과였기도 하다. '치유됐다'는 단정은 그다음에 다시 무거워진 날의 당신을 "다시 망가진 사람"으로 만든다. 그건 사실도 아니고, 도움도 안 된다.

대신 우리는 본 것을 그대로 둔다. 이번 달은 지난달보다 잠이 길었다. 화요일과 목요일에 컨디션이 자주 가라앉았다. 딱 거기까지다. 결론을 내리는 건 당신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게 덜 친절해 보일 수 있지만, 매번 결론을 대신 내려주는 도구는 결국 당신이 스스로를 읽는 능력을 가져가 버린다.

점수도, 배지도, 랭킹도 만들지 않는다

웰니스 앱이 사람을 붙잡는 가장 흔한 방법은 게임의 문법을 빌려오는 것이다. 연속 기록 며칠, 이번 주 점수, 상위 몇 퍼센트, 잘했다는 알림. 처음엔 동기부여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록의 목적이 바뀐다. 자기를 들여다보려고 쓰던 게, 점수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쓰는 일이 된다.

자기결정이론에서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보상과 통제가 오히려 안에서 우러나는 동기를 갉아먹는다고 본다. 칭찬과 점수로 끌고 가는 행동은 그 보상이 멈추는 순간 같이 멈춰버린다1. 그래서 우리는 '잘했어요'라는 칭찬으로 의존성을 만들지 않는다. 사실을 기술할 뿐, 외적인 강화는 최소한으로 둔다. 기록을 며칠 빼먹었다고 빨간 숫자가 뜨거나, 연속 기록이 끊겼다고 아쉬워하게 만드는 장치도 두지 않는다.

이런 점수·배지·랭킹은 하나같이 사용자를 더 오래 붙잡고, 더 불안하게 만들고, 더 의존하게 만들기 쉽다. 지표상으로는 그게 '좋은' 앱처럼 보인다. 체류 시간이 길고 재방문이 잦으니까. 우리는 그 길을 택하지 않기로 했다. 자율성에서 나온 행동만이 보상이 사라진 뒤에도 남기 때문이다.

진단명 대신 에너지로 말한다

기록을 보다 보면 어떤 패턴은 임상 용어로 이름 붙이고 싶어진다. 이런 흐름은 '과활성 의심', 저런 흐름은 무슨 무슨 경향. 라벨을 붙이면 깔끔하고, 전문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라벨은 의료적 판단이어야 할 것을 앱이 함부로 흉내 내는 일이고, 무엇보다 당신을 그 단어 안에 가둔다.

그래서 비보미는 진단명이나 병리 라벨을 붙이지 않는다. 같은 데이터를 에너지의 언어로 옮긴다. '과활성 의심'이라고 쓰는 대신 '에너지 소모가 높은 날'이라고 말한다. 이 둘은 같은 현상을 가리키지만, 앞의 것은 당신을 환자로 만들고 뒤의 것은 당신을 오늘 좀 많이 쓴 사람으로 둔다. 후자가 진실에 더 가깝고,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정신건강은 질병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만 나눌 수 없다는 연구들이 있다. 아픈 데가 없다고 해서 잘 살고 있는 것은 아니고, 진단 가능한 문제가 없는 상태와 활기 있게 번영하는 상태는 별개의 축에 있다2. 라벨 하나로 사람을 정상/비정상으로 가르는 순간 이 넓은 중간 지대가 통째로 사라진다. 대부분의 날들이 사는 곳이 바로 그 중간 지대인데 말이다. 우리는 당신을 어느 한쪽 칸에 넣는 대신, 그 중간에서 오늘은 어디쯤인지를 보여주려 한다.

비교할 수 있는 것을 만들지 않는다

남과 비교하게 만드는 것도 사람을 붙잡는 강력한 방법이다. 친구보다 잘 잤는지, 평균보다 부지런한지, 같은 또래 중 어디쯤인지. 이런 비교는 잠깐 자극이 되지만 길게 보면 기록을 자기 것이 아니게 만든다. 내 데이터를 내가 보려고 쓰는 게 아니라, 남에게 보여줄 성취물로 쌓게 된다.

그래서 비보미에는 애초에 비교 가능한 성취물이 없다. 다른 사람의 수치와 나란히 놓고 줄 세우는 화면을 만들지 않았고, 자랑할 점수도 두지 않았다. 당신의 데이터는 당신만의 것이고, 비공개가 기본값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로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당신이 정하는 일이지, 앱이 부추겨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어야 한다.

비교가 빠지면 화면이 다소 조용해진다. 순위도 없고, 평균선도 없고, 남들은 어떻게 하고 있다는 정보도 없다. 그 조용함이 우리가 의도한 것이다. 비교에서 나온 동기는 결국 불안을 연료로 쓰고, 불안을 연료로 쓰는 도구는 당신이 불안할수록 더 잘 작동한다. 그런 식으로 잘 작동하고 싶지 않다.

당신의 졸업을 방해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앱은 사용자가 떠나는 걸 실패로 친다. 이탈률을 줄이는 게 목표고, 그래서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는 장치를 점점 더 정교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방향을 반대로 잡았다. 비보미를 잘 썼다면, 언젠가 비보미 없이도 스스로를 읽게 되는 것, 그게 우리가 지키려는 선이다.

앞에서 하지 않겠다고 한 것들은 사실 전부 이 한 가지로 모인다. 단정하지 않는 건 당신이 스스로 결론 내리는 연습을 빼앗지 않기 위해서고, 점수를 안 만드는 건 보상 없이도 움직이는 동기를 남겨두기 위해서고, 라벨을 안 붙이는 건 당신을 한 단어에 묶지 않기 위해서고, 비교를 안 시키는 건 기준을 바깥에 두지 않기 위해서다. 모두 당신이 도구에 덜 의존하게 만드는 쪽으로 나 있다.

이건 사업적으로는 이상한 선택이다. 사용자가 떠날 수 있게 설계한다는 건 스스로 매출의 천장을 낮추는 일이니까. 그래도 우리는 이쪽이 맞다고 본다. 어떤 날 당신이 비보미를 열어보고는,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오늘 내가 어떤 상태인지 이미 알겠다 싶어 그냥 닫는다면, 우리는 그날을 실패가 아니라 우리가 한 일이 제대로 됐다는 신호로 읽을 것이다.

References

  1. 1.Ryan, R. M., & Deci, E. L. (2000). Self-determination theory and the facilitation of intrinsic motivation, social development, and well-being. American Psychologist. linkV1
  2. 2.Keyes, C. L. M. (2002). The mental health continuum: From languishing to flourishing in life. Journal of Health and Social Behavior. linkV1

These are academic works vivome draws on; they do not replace medical diagnosis or treatment.

무엇을 하느냐만큼, 무엇을 하지 않느냐가 비보미를 정의합니다. 진단·점수·랭킹·비교, 우리는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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